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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내가 언젠가 들장미 공주가 나오는 동화를 쓰게 된다면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의 이름은 나나로 할 거야. 검은 머리칼에 장미 잎을 차로 우려낸 것 같은 눈동자를 가진 공주가 있었다고 쓸 거야. 왕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입 맞추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의 사람이 있었다고 할 거야. 나나, 나나는 너무나도 아름다워. 근방에서 가장 예쁜 아이라고 소문이 자자해. 뒷집의 팔십을 산 노인도 나나 만큼 고운 아이는 본 적이 없대. 역할극이라도 하면은 무조건 공주 역할을 맡지. 정작 나나는 그러고 싶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말이야.

 

나나는 보통의 인간과 구성 성분이 다른 것 같았다. 인간의 신체에 응당 들어가야 할 것들에 장미를 한 움큼 으깨 즙을 내어서 뿌린 것으로 빚어진 것 같이. 그리고 그 장미는 숙련된 정원사의 손길과 땀, 때에 맞추어 공급되는 물과 비료를 양분으로 하여 무럭무럭 자라나는, 프랑스식 정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잘 가꾸어진 장미가 아니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맨땅에서 자라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과 변덕스럽게 내리는 빗방울 받아내며 그러다 꺾일 위기에도 놓이고, 그렇지만 결국은 가시 세워 스스로 지키며 꼿꼿하게 자라난 들장미로 느껴졌다. 자연에서나 느껴질 법한 기이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안고,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타인의 시선을 붙드는 아이. 그게 나나라는 아이였다.

 

나나는 빛이 잘 어울렸다. 온갖 빛이라는 빛은 전부 맞춤복처럼 소화해냈다. 햇빛에 비추어지면 언뜻 짙은 갈색빛이 도는 흑색의 머리칼, 상기되는 뺨, 그리고 그와 비슷한 색의 눈동자는 낮의 빛과 융화되었으며, 별빛을 등지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맑은 웃음과 그 웃음이 얼굴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초승달과 비슷한 모양으로 패이는 볼 보조개는 밤의 빛과 조화를 이루었다. 나나라는 사람은 웃을 때 높낮이가 달라지는 눈썹 마저도 매력으로 바꾸었고, 얇은 모직을 짜서 만든 베레모는 인형을 사면 같이 오는 구성처럼 당연한 것으로 보이도록 했으며, 넥타이를 묶어 만든 리본과 오버니삭스는 애초부터 교복과 한 세트일지도 모른다고 느껴지게 만들었다.

 

 

이름

 

나나 메이안디나 루이스 / Nana Meillandina Lewis

 

 

 

성별

 

여성

 

 

 

나이

 

1학년 / 11세

 

 

 

키 / 몸무게

 

136cm / 27kg

 

 

 

국적

 

영국

 

 

 

혈통

 

혼혈

 

 

 

생일

 

1982년 6월 1일

 

 

 

기숙사

 

그리핀도르

 

 

 

지팡이

 

 

 

 

 

 

 

 

 

흑단 / 용의 심근 / 9.6″ / 나긋나긋한

 

 

(*익명 지원)

 

나나는 그날을 기억한다. 봄을 지나 다시 찾아온 열 번째의 여름 중 어느 날을. 그러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거쳐갔을 지팡이 제작자에게도, 다른 날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그 날이 유독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을 것이다. 가게 안으로 들장미를 닮은 아이가 들어선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나가 기억하는 것은 대개 상대에게도 쉬이 덮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곤 하니까.

 

나나는 사람이 지팡이를 고르는 것이 아닌 지팡이가 주인을 고른다는 것을 부모님에게서 들었으면서도, 눈에 보이는 것은 케이스의 한 면뿐인데도 이것으로 하고 싶어요, 라며 특정한 하나를 가리켰다. 그 음성에 오랜 장인은 놀란 기색을 숨기지 않고 케이스를 건넸다. 그 기다란 상자 안에 있는 지팡이는 베레모를 쓴 작은 손님과 닮았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목재에 비해서는 칠흑 같다지만 완벽하게 흑색은 아닌, 나무 특유의 갈색이 가끔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하는 몸체는 흑단을 깎아 만든 것이었다. 손을 대면 꺾일 것같이 얇은 부분이 있는 지팡이는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굳센 이의 손아귀에서 가장 만족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그다지 위태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지팡이는 나나의 손안에서 하얀 빛줄기를 뿜어내었다. 나나는 지팡이를 알아보았고, 지팡이는 나나를 택했다.

 

나나는 그 빛줄기와 비슷한 형상으로 지팡이에 끈을 둘렀다. 그건 플로리스트들이 꽃의 목이 꺾이지 말라고 철사를 감는 행위와 엇비슷하게 보였고, 손톱만 한 장미 장식까지 단 것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게 하였다. 지팡이가 나나를 기쁘게 하고, 나나는 지팡이가 꺾이지 않도록 지킨다, 그것은 꽃과 사람의 관계와 비슷했다.

 

 

성격

 

나나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호기심이 왕성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열여섯의 나이에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난생처음 보는 물레방아에 신기함을 금치 못하고 손가락을 찔려 백 년을 잠든 공주와 같이, 나나에게는 막을 수 없는 지적인 욕구가 있었다. 모범적인 포시 악센트의, 어딘가 몽롱하게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는 조용하고, 그러면서도 낭창하게 이어진다. 그 모습은 전형적인 아가씨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주인공과도 같아 보여서, 물레 돌아가는 소리를 들은 공주와 겹쳐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들장미 공주의 이야기는 바벨탑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둘 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비극을 겪으니까요. 공주는 그 소리의 근원을, 사람은 저 하늘 위에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자 하였죠.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지나치게 알고자 한다면 벌을 받게 되는 걸까 싶어져요. 그렇지만, 이 세상은 알고 싶은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그 앞에 무엇이 있더라도 손을 뻗을 만큼 말이에요. 그리고 다른 점이 있다면 용기가 있다는 거였다. 누구라도 읽어낼 수 있을 법한 탐구심에도 나나가 향한 곳이 서쪽 탑이 아닌 동쪽 탑인 이유는 그 이유였다. 마녀의 저주나 운명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언젠가는 탑을 올랐을 그 기백은 사자에 훨씬 어울렸다. 많은 사람들이 징그러워할 법한 벌레나, 유령(마법사에게는 익숙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면 어른들의 언성조차 무서워하지 않는 나나는 두려워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 괜찮을 거라 낙관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결과일지 모르고 거기에 불행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직접 겪기 전까지는 무지하기에 겁내지 않았다.

 

싫어하지 않아요. 좋아하는걸요. 표현에 내숭이 없었다. 거칠다거나 직설적이라고 느껴지진 않았으나 꾸밈이 없었다. 나나라는 사람은 가식이 어울리지 않았다. 벽을 치지 않고 문조차 두지 않은 채로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상냥과 친절로 보이기도 했다. 속에 의심이 많거나 나나에게 악감정을 품은 사람이 아니라면 나나의 진심에 의문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존대로 하여금 거리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곁에 두면 좋을 것 같은 친구. 어쩐지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해지는 아이. 그것이 나나였다.

 

 

 

기타

 

나나는 어째서 나나야? 하고 묻는 이들이 많았다. 들장미를 닮은 것 하며 태어난 시기까지 전부 여름인데 어째서 봄의 이름을 가졌냐고, 그렇게 물으면 루이스 부부는 답했다. 따뜻하고 빛이 나는 계절은 전부 나나의 것이었으면 해서. 루이스 부부는 심성이 좋았고 자신들의 아이를 무척이나 소중히 여겼다. 봄과 여름을 모두 안겨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나는 나나가 되었다.

 

루이스 부부는 각각 머글본 마법사와 혼혈 출신 스큅으로, 서로 뜻이 맞아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원래부터 순혈주의에 반감을 품던, 사회에서 반사회적인 위험군으로 여겨지고 그를 떠나서도 하등한 대우를 받는 그들은 테러나 리베로의 승리에 이 세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마법사 사회 노동에 관한 특별법과 리베로에게 내려진 턱도 없이 약한 형량에 마법 사회에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1979년, 마법사의 삶을 포기하고 비마법사 사회에 완벽하게 정착하게 된다.

 

원래부터 비마법사 사회에서의 입지가 더욱 넓으며,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는 않으나 건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 정·재계 인사라면 어느 모임에서 한 번은 만나거나 들어봤을 정도의 사업가가 된 그들은 여유롭고 부유한 환경 속에서 아이를 가졌고 그게 나나였다. 그들의 집에는 전형적인 영국식 정원이 딸려있으며, 관리는 사람을 두지 않고 최소한으로만 한다. 비마법사 사회에 정착하고 새 저택에 이주하며 가장 먼저 심은 것이 연분홍색의 장미였는데 그래서 나나가 이렇게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고 종종 말한다.

 

때문에 나나는 마법 세계에 무지했다. 부부는 사랑스러운 딸아이가 혼혈이라는 점을 꼬리표로 달고 살지 않길 바랐다. 애초에 혈통으로 구분 지어지며 한계를 두는 사회에 가지 않기를 바랐다. 이왕이면 그런 세계를 모르길 바랐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것도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인지, 나나가 열 살의 나이에 전등의 스위치에 손도 대지 않고 방 안의 불을 끄게 되며, 즉 공식적인 첫 마법 발현을 겪으며 루이스 부부는 자신의 아이가 마법적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최대한 뒤처지지 않도록 마법 세계에 대한 것을 머리 속에 담아내려 하였으나 비교적 늦게 발현한 탓에 큰 지식이 없는 편이다.

 

좋아하는 것은 장미. 좋아하는 색은 연분홍색과 검은색. 계절은 장미가 만개하는 늦봄과 초여름을 제일 좋아하며 더위는 잘 타지 않는 편이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며, 여름이 되면 남들과 같이 땀을 흘리고 겨울이 되면 귀 끝을 붉히면서도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것에는 무딘 편이다. 그런 탓에 덥거나 춥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많은 아이가 좋아할 법한 달콤한 것, 예쁘고 멋지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며, 선호하는 것의 기준은 다소 평범하다는 느낌이다.

 

짙은 갈색의 털을 가지고 가슴 부분과 부리 부근이 하얀 부엉이를 키우고 있다. 마법 발현 직후 데려온 아이로 이름은 매기. 나나가 자주 쓰다듬는 덕에 털이 아주 반질반질하다. 나나 본인은 매기가 온순한 성격이라고 말하지만 외부인에게는 주황색의 눈으로 노려보며 경계심을 보인다. 날개를 퍼덕이거나 쪼아대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너 뭐야? 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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